미국을 공포에 떨게 한 미제 연쇄 살인마: 조디악 킬러의 미스터리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은 한 연쇄 살인범의 등장으로 극심한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범행을 과시하듯 언론과 경찰에 기이한 편지와 암호문을 보내며 스스로를 **'조디악(Zodiac)'**이라 칭했습니다. 반세기 이상이 지난 지금도 그의 정체는 오리무중이며, 조디악 킬러는 미국 범죄 역사상 가장 악명 높고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로 남아있습니다.
1. 조디악 킬러 사건 개요
조디악 킬러는 1968년 12월부터 1969년 10월까지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최소 **5명(공식 확인된 피해자 수)**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범행은 주로 젊은 연인들을 대상으로 했으며, 총격이나 흉기를 사용했습니다. 그는 단순히 살인을 저지르는 것을 넘어, 언론과 경찰을 조롱하며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데 집착했습니다.
2. 조디악의 편지와 암호문: 범인의 기이한 소통 방식
조디악 킬러 사건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 것은 그가 언론사에 보낸 일련의 편지들입니다. 이 편지들은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 자신의 범행을 상세히 묘사하고 경찰을 비웃는 내용, 그리고 해독 불가능해 보이는 암호문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는 총 4개의 주요 암호문을 보냈는데, 그중 2개만이 해독되었습니다.
- Z408 암호문 (1969년 8월 1일): 이 암호문은 조디악이 처음으로 언론사에 보낸 암호문 중 하나로, 408개의 기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해독 내용: "나는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 너무 즐겁다. 숲 속에서 사냥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 인간은 가장 위험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내가 죽으면 낙원에서 다시 태어나고, 내가 죽인 사람들은 나의 노예가 될 것이다. 내 이름을 알려주지 않겠다. 그러면 너희가 내세에서 날 섬길 노예를 모으는 것을 방해할 테니까." (이후 부분은 해독 불능) 특징: 이 암호문은 베티 하덴과 도널드 하덴이라는 고등학교 교사 부부에 의해 일주일 만에 해독되어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범인의 살인 동기와 사후 세계에 대한 기이한 믿음이 드러났습니다.
- Z340 암호문 (1969년 11월 8일): 340개의 기호로 이루어진 이 암호문은 FBI, CIA 등 전 세계 최고의 암호 해독가들도 51년 동안 풀지 못했던 난제였습니다. 해독 내용 (2020년 해독): "너희들이 나를 잡으려고 애쓰면서 즐겁게 지내길 바란다. 나에 대해서 언급한 TV 쇼에서의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 나는 가스실이 두렵지 않다. 그것이 나를 천국으로 더 빨리 보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모두가 아무것도 지니지 않은 천국에 그들이 왔을 때 나를 위해 일할 노예들을 충분히 확보했다. 따라서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나는 두렵지 않다." 특징: 스위스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데이비드 오란차크, 미국의 수학자 샘 블레이크, 벨기에의 암호 해독가 야르반 에이크가 팀을 이루어 51년 만에 해독에 성공했습니다. 이 암호문 역시 범인의 잔혹성과 독특한 사후 세계관을 보여줍니다.
- Z13, Z32 암호문: 이 두 암호문은 현재까지도 해독되지 않은 채 남아있습니다.
조디악은 편지에서 늘 **"This is the Zodiac speaking (조디악이 말한다)"**이라는 문구로 시작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3. 범인의 심리와 동기 추정
조디악 킬러의 편지와 행동을 통해 그의 심리를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 과시욕과 통제 욕구: 그는 자신의 범죄를 언론에 알리고 암호문을 통해 경찰을 조롱하며 사건에 대한 통제력을 행사하려 했습니다. 이는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강한 과시욕의 발현으로 보입니다.
- 가학적 쾌락: "나는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 너무 즐겁다"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살인 자체에서 쾌락을 느끼는 전형적인 연쇄 살인범의 특징을 보였습니다.
- 피해자 비인간화: 피해자들을 '노예'로 지칭하며 자신의 사후 세계를 위한 도구로 여기는 태도는 극단적인 자기중심성과 피해자에 대한 공감 능력 결여를 보여줍니다.
- 사회에 대한 분노: 명확한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회에 대한 불만이나 분노가 범행의 기저에 깔려 있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4. 수사팀의 노력과 한계
조디악 킬러 사건은 당시 수사 기술의 한계와 범인의 교묘함이 맞물려 해결에 난항을 겪었습니다.
- 과학 수사의 미비: 1960년대 후반은 DNA 감식 등 현대적인 과학 수사 기법이 발달하기 전이었습니다. 현장에 남겨진 증거물만으로는 범인을 특정하기 어려웠습니다.
- 범인의 교묘함: 조디악은 범행 현장에 단서를 거의 남기지 않았고, 편지 역시 지문을 남기지 않는 등 철저하게 준비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 수많은 용의자: 수사 과정에서 수많은 용의자가 지목되었지만, 결정적인 증거 부족으로 모두 풀려났습니다. 특히 **아서 리 앨런(Arthur Leigh Allen)**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었으나, DNA 증거 불일치 등으로 공식적으로는 범인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 가짜 제보: 범인의 편지 외에도 수많은 가짜 제보와 모방범의 등장으로 수사에 혼란이 가중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케이스 브레이커스(Case Breakers)'**라는 민간 수사팀이 조디악 킬러의 신원을 특정했다고 주장했으나, FBI와 경찰은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5. 영화 및 소설 속 조디악 킬러
조디악 킬러 사건은 그 미스터리함과 충격적인 내용으로 인해 수많은 대중문화 콘텐츠의 영감이 되었습니다.
- 영화 '조디악' (2007):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영화 '조디악'은 이 사건을 다룬 가장 유명하고 사실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의 삽화가 **로버트 그레이스미스(Robert Graysmith)**가 사건에 집착하며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이 영화는 실제 사건 기록과 그레이스미스의 저서를 바탕으로 제작되어, 당시의 암울한 분위기와 수사팀, 언론인들의 고뇌를 생생하게 담아냈습니다. 제이크 질렌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마크 러팔로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여 몰입감을 더했습니다.
- 소설: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의 저서 '조디악(Zodiac)'과 '조디악 언마스크드(Zodiac Unmasked)'는 영화의 원작이 되었으며, 사건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추리를 담고 있습니다.
6. 조디악 킬러, 풀리지 않는 의문들
피해자와의 연관성 및 원한 관계는 있었을까?
대부분의 수사관과 범죄 전문가들은 조디악 킬러의 범행이 피해자 개인에 대한 원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 무작위적인 피해자 선택: 초기 희생자들은 주로 한적한 교외 지역에서 데이트를 하던 젊은 연인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서로 아무런 관계도 없는 불특정 다수였습니다. 마지막 공식 희생자인 택시 기사 폴 스타인 역시 범인과 사전에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 범행의 과시성: 조디악은 살인 자체에서 쾌락을 느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범행을 언론과 경찰에 알리고 조롱하는 데 집착했습니다. 이는 피해자를 특정하여 복수하는 행위보다는, 자신의 '힘'과 '지능'을 과시하고 사회를 공포에 떨게 하려는 목적이 더 컸음을 시사합니다. 편지에서 드러난 그의 사후 세계관("내가 죽인 사람들은 내 노예가 될 것이다") 역시 특정 개인에 대한 원한보다는, 자신이 세상을 지배하는 특별한 존재라는 망상에 가깝습니다.
- 패턴의 부재 (혹은 교란): 초기에는 '주말 저녁', '자동차 근처 연인', '물 근처 교외 지역'이라는 3가지 패턴이 파악되는 듯했으나, 마지막 폴 스타인 살인 사건은 도심 한복판에서 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이루어져 기존의 패턴을 완전히 깨트렸습니다. 이는 수사를 교란하려는 의도였을 수도 있고, 특정 피해자에 대한 원한이 아니었기에 표적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달린 페린과의 '추정적' 연관성 (리처드 호프만 주장 관련)] 다만, 최근 리처드 호프만에 대한 주장 중 **달린 페린(Darlene Ferrin)**과의 연관성에 대한 부분은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리처드 호프만이 달린 페린과 사귀는 사이였다거나, 그녀가 만났던 경찰관 중 한 명이었다는 주장이 있었고, 달린이 그를 두려워했다는 증언까지 나왔습니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최소한 달린 페린 살해 사건만큼은 개인적인 원한이나 치정 관계와 얽혔을 가능성도 제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아직은 '주장'일 뿐, 공식적으로 확인된 증거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조디악 킬러 연구자들은 그의 범행이 피해자 개인에 대한 원한보다는, 범인 자신의 심리적 문제(권력욕, 과시욕, 반사회성 등)에서 비롯된 무작위적이고 충동적인 살인에 가깝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디악 킬러의 사건은 그에게 특정한 동기가 아닌,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사회적 분노나 존재감 과시에 더 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Z408 암호문은 어떻게 빨리 풀었을까? 공범이나 주범은 아니었을까?
Z408 암호문을 해독한 캘리포니아의 교사 부부는 신원이 밝혀져 있습니다. 이름은 **도널드 하덴 (Donald Harden)**과 베티 하덴 (Bettye Harden) 부부입니다. 그들은 당시 캘리포니아 주 살리나스(Salinas)에 있는 고등학교 교사였습니다.
해독 과정: 그들은 신문에 실린 조디악의 암호문을 보고, 암호 해독에 대한 열정과 지식을 바탕으로 직접 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사용된 암호 해독 방식인 **'치환 암호(Substitution Cipher)'**에 대한 이해와 끈기 있는 노력이 중요했습니다. 그들은 각 기호가 어떤 글자를 나타내는지 통계적인 빈도수 분석과 단어 패턴을 유추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여, 일주일 만에 대부분의 내용을 해독해냈습니다.
그들이 용의자로 의심받았을 가능성? 그들이 조디악이 활동하는 지역에 살았고, 짧은 시간에 암호를 해독했기 때문에 초기에는 수사 기관이나 대중 사이에서 잠재적인 용의자로 의심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이렇게 기이한 암호문을 풀 수 있는 능력이 흔치 않으니까요.
하지만, 그들의 거주지나 알리바이, 범행 동기 등에서 조디악 킬러의 범행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조디악 킬러의 범행은 특정 지역과 패턴을 가지고 있었는데, 하덴 부부는 그 패턴에 부합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그들의 해독 능력은 순수하게 암호학에 대한 관심과 지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당시에도 암호 해독은 특정한 퍼즐 풀이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도전하는 분야였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하덴 부부는 조디악 킬러의 용의 선상에서 배제되었고, 그들의 기여는 순수한 '암호 해독가'로서의 공로로 인정받았습니다. 그들이 해독한 암호문 덕분에 수사기관은 범인의 메시지를 파악할 수 있었죠. 하덴 부부는 조디악 사건 이후에도 몇몇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으며, 그들의 이야기는 조디악 사건 관련 다큐멘터리나 서적에서도 자주 언급됩니다.
TV 출연자를 부정하며 수사를 교란하려는 전략이었을까?
조디악 킬러가 "나에 대해서 언급한 TV 쇼에서의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고 언급한 대상은 **에릭 웨일(Eric Weil)**이라는 인물로 추정됩니다. 에릭 웨일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던 인물로, 자신이 조디악 킬러라고 주장하며 TV 쇼에 출연하거나 언론에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발언이나 행동이 실제 조디악 킬러의 특징과 혼동될 여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조디악 킬러가 진짜 자신이 아니라고 명확히 밝힌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모방범이나 다른 사람들의 주장을 부정하려 했던 의도로 해석됩니다. 이는 그가 언론의 관심과 자신의 '악명'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또한, 수사 기관이나 대중이 가짜 정보에 현혹되지 않고 오직 '진짜' 자신에게만 집중하기를 바랐던 의도적인 수사 교란 전략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기이한 사후 세계관, 사이비 종교의 영향일까?
조디악 킬러의 편지에서 "나는 모두가 아무것도 지니지 않은 천국에 그들이 왔을 때 나를 위해 일할 노예들을 충분히 확보했다. 따라서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나는 두렵지 않다."는 내용은 극단적인 개인의 망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조디악 킬러가 활동했던 1960년대 후반 캘리포니아, 특히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은 히피 문화와 함께 다양한 신흥 종교, 컬트(Cult) 집단, 그리고 사이비 종교가 활발하게 생성되고 퍼져나가던 시기였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하면 조디악의 기이한 사후 세계관이 특정 사이비 종교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960년대 캘리포니아의 사이비 종교 배경] 1960년대 캘리포니아는 젊은이들의 자유로운 사고방식, 기존 권위에 대한 저항, 그리고 새로운 영적 경험에 대한 갈구가 강했던 시기였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전통적인 종교의 틀을 벗어나 독특한 교리와 지도자를 내세운 수많은 신흥 종교 및 사이비 종교 집단들이 생겨났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극단적인 교리를 설파하거나, 종말론적 신념, 그리고 지도자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을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조디악 킬러가 언급한 '노예를 거느리는 내세'와 같은 개념은 주류 종교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특정 사이비 종교 집단의 왜곡된 교리나 리더의 망상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조디악 킬러와 사이비 종교의 연관성 추정] 조디악 킬러의 편지에서 드러나는 몇몇 특징들은 사이비 종교나 컬트 집단의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낳기도 했습니다. '죽으면 낙원에서 노예를 거느린다'는 생각처럼 흔히 볼 수 없는 극단적인 개인의 망상이 그러합니다. 하지만 일부 사이비 종교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내세관이나 종말론을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살인이나 폭력을 통해 특정 '영적 진화'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조디악 킬러는 편지에 독특한 기호(십자선이 그려진 원)를 사용하고 복잡한 암호문을 남겼는데, 특정 사이비 종교 집단 역시 자신들만의 비밀스러운 상징이나 암호를 사용하여 내부 결속을 다지고 외부와 자신들을 차별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회 주류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특별한 존재임을 과시하려는 심리는 사이비 종교에 빠진 일부 추종자나 지도자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조디악 킬러가 특정 사이비 종교의 일원이었거나 그 교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습니다. 많은 수사관과 전문가들은 조디악의 행동을 주로 개인의 정신병리학적 특성(예: 나르시시즘, 사이코패스적 성향)이나 왜곡된 망상의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 사이비 종교와의 연관성은 하나의 흥미로운 가설일 뿐, 아직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캘리포니아의 1960년대는 찰스 맨슨 패밀리와 같은 극단적인 컬트 집단이 활동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조디악 킬러가 맨슨 패밀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증거는 없지만, 당시 캘리포니아에 이러한 극단적인 집단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조디악의 기이한 사상이 형성될 수 있었던 사회적 배경을 보여줍니다.
아서 리 앨런? 2011년 역사 교사의 주장은 사실일까?
2011년, 미국 매사추세츠에 사는 27세의 역사 교사 코리 스타리퍼는 전대미문의 미제 살인사건 '살인마 조디악'의 비밀 암호를 풀어내 실제 범인을 찾아냈다고 주장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그는 영화 '조디악'을 보고 사건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아내와 함께 9시간 만에 첫 번째 암호를 해독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조디악이 마지막 범죄를 저지른 지 한 달 뒤인 1969년 11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보냈던 **340개 문자의 암호(Z340)**를 모두 풀었다고 주장하며 충격을 주었습니다.
스타리퍼에 따르면, 이 Z340 암호문에는 "살인/스스로/의사/도움/나/너무 많은/사람들/살해/멈춤/불가능" 등의 단어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마지막 부분에는 **"내/이름/리 알렌"**이라고 명시되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조디악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였던 아서 리 앨런의 이름이 암호 속에 숨겨져 있었다는 그의 주장은 많은 사람들을 흥분시켰습니다. 스타리퍼는 "조디악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라며, "40년간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을 해냈다는 사실이 흥분된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주장의 진실과 판명: Z340 암호문의 최종 해독] 코리 스타리퍼의 주장은 당시에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가 사용한 해독 방식이 **'시저 암호'**와 같은 단순한 치환 암호 방식에 너무 작위적으로 끼워 맞춘 해석이라는 비판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즉, 특정 인물(아서 리 앨런)을 염두에 두고 암호를 그에 맞춰 해석했다는 지적이었죠.
그리고 그의 주장은 결국 틀린 것으로 최종 판명되었습니다. 2020년 12월 5일, 스위스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두 명의 아마추어 암호학자가 Z340 암호문을 성공적으로 해독했습니다. 이 해독은 FBI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51년 만에 밝혀진 진실이었습니다. 해독된 Z340 암호문의 내용에는 "내 이름 리 알렌"과 같은 내용은 없었습니다. 대신 "네놈들이 나를 잡느라 애쓰면서 즐겁길 바란다. 나는 가스실이 두렵지 않다. 왜냐면 나를 곧장 낙원으로 보내줄 테니까. 왜냐면 난 이제 날 위해 일할 노예들을 충분히 확보했거든."과 같은 조롱과 망상으로 가득한 메시지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코리 스타리퍼의 주장은 오해였거나, 본인의 해석에 대한 과도한 확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서 리 앨런이 조디악 킬러의 유력한 용의자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암호문에서 직접적으로 그의 이름이 밝혀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사건은 미제 사건의 암호 해독이 얼마나 어렵고, 때로는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조디악 킬러의 Z340 암호문 해독 과정은 복호 암호문에 전치(轉置)가 추가되어 수십 개 단어들이 꼬여 있었기 때문에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서 리 앨런의 '유서'에 범행 자백이 있었을까?
아서 리 앨런이 사망(1992년)하면서 남긴 유서나 다른 형태의 문서에서 자신이 조디악 킬러라고 직접적으로 밝히거나 범행을 자백하는 내용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수사 기관이나 언론을 통해 그의 유서가 공개되었을 때, 그러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간접적인 '단서'에 대한 오해 가능성] 아마도 앨런이 사망하기 직전, 혹은 사망 후에 그의 소지품이나 주변 정황에서 조디악 킬러임을 암시하는 간접적인 증거들이 발견되었다는 점이 와전되어 '유서에서 자백했다'는 식으로 알려졌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가 소지했던 칼, 총기, 특정 시계, 그리고 조디악 킬러의 편지에 쓰인 것과 같은 종류의 타자기 등 정황 증거들이 그의 집에서 발견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앨런이 담당 형사였던 데이브 토스키에게 보낸 편지 내용 중 "Sorry I wasn't your man..."이라는 문구가 '범인이 아니라 죄송합니다'라는 동조의 뜻이거나 '범인이 아니라 죄송합니다'라는 조롱의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 등이 그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증폭시켰습니다.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의 책] 영화 '조디악'의 원작자이자 사건을 오랫동안 추적한 로버트 그레이스미스는 그의 저서에서 아서 리 앨런을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며 많은 정황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이 대중에게 앨런이 범인이라는 강한 인상을 주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그의 '추론'과 '정황 증거'일 뿐, 앨런의 직접적인 자백이나 유서에 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아서 리 앨런이 유서로 자신이 조디악 킬러라고 자백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는 사망할 때까지 공식적으로 조디악 킬러임을 인정한 적이 없으며, 그가 용의자로 지목된 것은 주변의 여러 정황 증거와 목격자 증언 때문이었습니다.
마무리하며
조디악 킬러 사건은 단순한 미제 사건을 넘어, 한 사회를 뒤흔든 공포와 인간 심리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의 편지와 암호문은 범인의 기이한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며, 아직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이 잔혹한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맞춰질 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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